비가 그친 새벽 1시, 서점 겸 작은 카페 ‘은신처’의 조명은 야간 영업을 마친 후에도 꺼지지 않았다.
도윤은 카운터 아래에서 커피 머신을 청소하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잔에 남은 원두 가루를 쓸어내리는 손길이 평소보다 무거웠다. 오늘은 유독 손님이 적었고, 비가 내린 탓에 습한 공기가 매장 구석구석에 가라앉아 있었다.
딸랑—
문 위에 달린 종이 맑은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젖은 코트를 기민하게 벗어 올리며 들어선 사람은 이 건물 3층에 사는 윤재였다. 늘 깔끔한 셔츠 차림에 말수가 적어, 도윤이 혼자 '새벽의 유령'이라 이름 붙인 남자였다.
도윤이 고개를 들자마자 윤재는 자연스럽게 카운터 안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원래는 손님이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그 경계는 이미 희미해진 지 오래였다.
도윤: "윤재 씨, 아직 안 잤어요?"
윤재는 대답 대신 도윤의 허리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두꺼운 니트 너머로 전해지는 단단한 체온에 도윤의 어깨가 살짝 움찔거렸다. 윤재는 도윤을 자신의 쪽으로 가볍게 당겨 품에 안더니, 젖은 뺨을 도윤의 목덜미에 깊게 묻었다.
윤재: "불이 켜져 있길래. 보고 싶어서 내려왔어요."
낮고 서늘한 윤재의 목소리가 목덜미에 직접 닿아 울리자 도윤은 자신도 모르게 윤재의 등 뒤로 팔을 감아쥐었다. 서늘한 빗물 냄새와 윤재 특유의 알싸한 향수 내음이 도윤의 숨끝에 얽혀 들었다.
도윤: "따뜻한 거라도 차려줄까요? 차나… 커피라든가."
윤재는 목덜미에서 입술을 떼고는, 도윤의 턱 끝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들어 올렸다. 윤재의 깊은 눈동자가 도윤의 흔들리는 눈빛을 똑바로 담아냈다.
윤재: "차 말고, 다른 게 필요한데."
윤재의 엄지손가락이 도윤의 아랫입술을 천천히 짚고 문질렀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조심스러운 호흡이 새어 나왔다. 윤재는 도윤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 귀 뒤로 넘어뜨린 뒤, 귓불부터 뺨, 그리고 목선까지 천천히 입을 맞추며 내려왔다.
도윤: "하아… 윤재 씨, 읍…"
도윤의 목소리가 얕은 신음으로 흐려지자, 윤재는 기다렸다는 듯 도윤의 입술을 깊게 머금었다. 도윤의 허리를 끌어안은 손에 단단하게 힘이 들어갔고, 두 사람의 몸이 카운터 상판에 완전히 밀착되었다.
윤재는 혀 끝으로 도윤의 입 안을 부드럽고도 집요하게 탐색했다. 도윤은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윤재에게 들릴까 두려워 윤재의 셔츠 깃을 다급하게 꽉 쥐었다. 윤재의 다른 한 손은 도윤의 니트 밑단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와, 노출된 허리선과 척추 마디를 따뜻한 손바닥으로 천천히 쓸어올렸다.
달콤하고 밀도 높은 스킨십에 도윤의 다리가 풀리려 하자, 윤재가 도윤의 허벅지를 살짝 들어 올려 카운터 위에 앉혔다.
윤재: "요즘 매일 피곤해 보이던데, 잠은 잘 자요?"
윤재가 입술을 살짝 떼고, 도윤의 붉게 물든 뺨을 손바닥으로 감싸며 다정하게 물었다. 도윤은 숨을 몰아쉬며 윤재의 목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도윤: "윤재 씨 기다리느라… 잠을 못 잤어요."
윤재: "왜 매일 밤 마감 시간을 늦추나 했더니."
윤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윤재는 도윤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소곤거리듯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윤재: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매일 새벽 1시마다 네가 날 기다리고 있다는 거."
도윤의 얼굴이 순간 화끈거렸다. 윤재는 고개를 숙여 도윤의 목덜미와 쇄골 라인에 짙은 입맞춤을 남겼다. 도윤은 윤재의 머리칼을 손가락 사이에 얽어매며 몸을 떨었다.
도윤: "알면서… 왜 매일 보기만 하고 그냥 올라갔어요?"
윤재: "네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랐으니까. 그런데 오늘 밤은 내가 더 못 참겠네."
윤재는 도윤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위에 얹었다. 윤재의 심장 역시 거세고 빠르게 뛰고 있었다. 윤재는 도윤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키스를 퍼부은 뒤, 도윤을 안아 올리듯 일으켜 세웠다.
윤재: "가게 불 꺼요. 내일 아침까지 내 방에서 안 보내줄 거니까."
도윤은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 윤재의 어깨에 이마를 묻었고, 두 사람을 둘러싼 밤의 공간은 비로소 둘만의 온기만으로 가득 채워졌다.


